협회 12대 김옥영 회장 취임사
등록인 : 관리자 l

<회장 취임사>



222일 오늘, 회원사 여러분들은 저에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의 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셨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 협회는 대내외적으로 커다란 어려움 속에 놓여 있습니다. 위기라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 힘은 각자가 느끼는 절실함, 절박함에서만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가장 먼저 회원사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그런 절실함을 가지고 계신지요?

그리고 그 절실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의지를 가지고 계신지요?

 

누가 회장이 되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만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작사들이 결집하여 힘을 모으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모두가 내 회사 하나의 안위만을 위하여 움직인다면, 현실은 고착될 것입니다. 권리는 후퇴하고 부담은 가중될 것이며, 업계 전체는 더 크고 광범위한 손실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 모든 제작사들이 결집하여 같은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은다면, 적어도 우리는 한국방송산업 시스템의 착취구조에 근본적인 균열을 낼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새로운 역사는 언제나 그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균열을 위하여,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일 것입니다.

 

첫째는 조직의 재구축입니다. 협회를 재건하여 제작사들이 힘을 모을 구심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협회에 실망하고 협회를 떠난 제작사들, 그리고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사들을 협회의 이름 아래 끌어주시기 바랍니다. 모여야 힘이 됩니다. 조직의 재구축은 곧 이 업계에서 위상의 재구축이 될 것입니다.

그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재정구조의 확립이 필요합니다. 이를 모색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통의 능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대외적인 소통도 중요하지만 협회와 회원사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회원사들은 협회가 회원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협회에 무엇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소통의 경로를 만들겠습니다.

 

둘째는 두말할 것도 없이, 비정상적인 한국방송산업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이며, 한국사회가 명하는 시대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법제화, 협상, 사회적 여론 환기... 모든 수단이 동원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순위를 가려서 차근차근 해나가려 합니다. 그리고 이 일에는 모든 회원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제작사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서 협회 회장에 나선 것이 아닙니다. 감히 말씀드린다면, 저는 우리 사회에서 방송사와 제작사가 올바른 관계 정립을 하는 것이 그야말로 '올바름'의 문제라고 믿기에 여기 선 것입니다. 원칙의 문제이며 상식의 문제이며 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작사가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문제와 결코 분리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시대의 대전환점에 서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우리 눈앞에서 변화하고 있는 조짐들을 봅니다. 권력의 이름으로 행해지던 비리들이 힘없는 약자들에 의해 깨부수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결과주의, 성과주의 사고가 과정의 공정성을 주목하는 태도로 바뀌고 있음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저 깊은 수면 아래서 뿌리깊은 관행들은 여전하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제작사협회와 모든 제작사들도 과거의 침묵으로부터 몸을 일으켜 우리 사회의 합리성과 정의를 촉구해야 합니다. 그럴 권리가 있으며, 또한 그러한 합리성과 정의를 스스로 실천할 책임도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권리와 책임을 다할 때라고 믿습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주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222

 

회장 김옥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