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제2, 제3의 ‘리얼스토리 눈’을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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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2, 3리얼스토리 눈을 만들지 말라!

 

 

MBC ‘리얼스토리 눈의 제작 현실과 녹취내용을 접하며 우리 방송영상제작사협회는 실로 참담했다. 불합리한 요구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의 수모를 감내하며 이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것은 우리 제작사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리얼스토리 눈제작의 최전방에서 온몸으로 그 모욕을 받아안으며 고통스럽게 일해온 피디와 작가, 제작진들에게 깊은 사죄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부당한 시스템을 고쳐나가지 못하고 시스템에 굴종했던 시간, 계속된 폭언과 부당 지시들에 대해 먼저 항의하며 제작진을 지키지 못한 그 시간에 대해 끝없는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제작비를 받아야 존속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 때문에, 부당함을 말하는 순간 모든 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제작사의 핵심인 창작자들, 우리의 동반자인 작가들과 피디들을 험지로 내몰았다는 자괴감을 지울 수가 없다. 두려움이 마음을 삼키고, 두려움이 더 큰 괴물이 되어 자리잡기 전에 제작사들은 오늘 이 시점을 대오각성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러한 부당함을 제작진들이 받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할 것이다.

 

동시에 리얼스토리 눈문제의 근본은 MBC에 있음을 다시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9일 독립피디 방불특위와 제작사 특대위의 공동행동으로 전개된 리얼스토리 눈고발 기자회견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MBC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21717회차를 끝으로 리얼스토리 눈의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 이 무슨 무책임한 행태란 말인가.

36개월 동안 자행된 불공정행위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사과도, 처벌도 없이 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프로그램 폐지로 당장의 소나기를 피해가겠다는 것뿐이다.

프로그램의 폐지는, 가해자는 처벌하지 않고 피해자인 제작사와 제작진의 피해만 더욱 가중시키는 행위다. 가해자는 월급 받으며 안전하게 신분을 유지하는데, 인권을 유린당했던 피디와 작가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어야 하는가? 피해자가 늘 더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면, 세상의 정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실로 피눈물이 흐르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제작사들은 결코 이를 용인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MBC에게 엄중하게 요구한다.

 

첫째, MBC는 사과하라!

이것은 한 개인의 잘못만이 아니다. 온갖 부당한 요구로 제작사의 고혈을 빠는 시스템을 만들고 막말과 폭언으로 제작진의 인격을 모독해온 특정인물이 지금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조장해온 MBC의 책임이다. 따라서 우리는 제작사와 제작진에 대한 MBC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둘째, MBC는 프로그램 폐지가 아니라 문제의 인물을 징계하라!

방송사의 후속조치는 방송사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인식의 방향성을 드러낸다. 해당 인물을 징계한다는 것은 MBC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엄정하게 구분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MBC 자체가 적폐의 한통속임을 스스로 만천하에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셋째,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라!

이것은 일과성 사고가 아니다. 내부에서 이러한 부당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하고, 일어나더라도 즉각적으로 자정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한 대책 없는 모든 말들은 당장을 모면하려는 헛된 수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작금의 사태는 이 프로그램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괴물을 만들어낸 태반은 지난 30년간의 외주제작 환경이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리얼스토리 눈이라는 괴물의 탄생에 대해서는 MBC를 포함한 모든 방송사와 정부 기관들, 제작사들까지 포함하여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제작사들을 적자생존의 구렁텅이 로 몰아넣고, 영민한 피디들과 작가들로하여금 스스로 일터를 떠나게 했던 그 시스템을 혁파하지 않는 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MBC가 아니라 그 어디서라도 제2, 3리얼스토리 눈이 만들어지고 제2, 3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근대적인 권력구도와 착취구조가 아니라, 방송사와 제작사가 진정한 상생과 동반의 관계로 전환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리얼스토리 눈에 대한 올바른 후속조치는 그 첫단추를 꿰는 일이 될 것이다.

 

2017. 9. 22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