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상경영선언 관련 공동 보도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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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3 일 

 

지상파TV의 비상경영 선언, 외주제작사들의 숨통 끊는 신호탄 되나

 

적자 수렁을 이유로 공영방송 KBS가 비상경영 선언을 하고 나선 가운데, 이루어지는 조치 중 일방적인 프로그램 폐지 통보는 방송콘텐츠제작의 중추를 담당하면서도 일상적으로 생존권을 위협 받아온 외주제작사와 PD, 작가들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광고가 안 붙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축소, 폐지 결정, 그나마 돈이 되는 예능 프로그램등은 현상 유지하겠다는 공영방송 KBS의 일방적인 조치에 외주제작사들은 절망을 넘어 분노한다. 교양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그 존재이유와 가치를 구현하는 길이란 말인가?

 

더욱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외주제작거래 가이드라인이 나오자마자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이어서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 역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공영방송 KBS마저...! 총체적 위기 속 외주제작사들 위기감 최고조

 

KBS<다큐공감>(11월 말 폐지 확정), <그녀들의 여유만만>(11월 말 폐지 확정)은 시청률과 경영적자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폐지가 통보된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다큐공감>의 경우 프로그램 업무용 홈페이지에 등록된 제작사만 60개에 달하는 중소제작사 중심의 이른바 오픈채널이다. 201349일 첫 방송 이후, 20197월 현재까지 6년 동안 308편의 작품을 방송해온 <다큐공감>2016엄마와 클라리넷'으로 ABU Perspective 부문 최우수상 수상하는 등 공공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온 KBS의 대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방송작가유니온, 한국독립PD협회는 공영방송 KBS가 적자를 이유로 공영방송 본연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지금의 참담한 사태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과 함께 개선을 촉구한다.

 

지상파의 혁신 아닌 혁신안, 방송사 경영적자 책임 떠안는 외주제작사들과 비정규 프

리랜서 종사자들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방송작가유니온, 한국독립PD협회가 지상파TV의 비상경영 선언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프로그램 폐지, 제작비 삭감, 협찬비율 조정, 계약 내용을 무시한 고무줄 편성 등 방송사들의 고질적인 불공정 갑질이 비상경영체계 하에서 정당화되고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5개 외주제작사와 피디, 작가 인력 75명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KBS <아침이 좋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KBS는 약 한달 전 외주제작 팀장회의에서 KBS의 대표적인 아침정보프로그램 <아침이 좋다>의 계약을 12월까지 연장계약하기로 구두 약속한 바 있다. 시청률상승과 그간의 기여를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KBS는 적자에 의한 비상경영 선포 직후, 외주제작사가 제작하던 제작 분량을 2VCR로 대폭 감소시키고, 방송시간을 2시간에서 70분으로 축소하면서 전체 외주공모를 실시하겠다는 소식을 외주제작사가 아닌 팀장 개인에게 통보했다. 그것도 일체의 협의도 없는 일방적인 휴대폰 문자로. 공영방송 KBS가 구두로 계약연장을 약속하고, 문자로 그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KBS<황금연못> 외주제작사에게도 편당 제작비를 3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1/3가량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제작비 삭감을 통보하면<아침마당>과의 프로그램 통폐합을 거론했다고 하니, 반 협박에 가까운 처사였다.

 

이 같은 행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외주제작거래 가이드라인> 등을 명백하게 위배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외주제작거래 가이드라인>은 방송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제작비를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외주제작 편수 감소와 제작비 삭감은 외주사 소속 작가와 PD의 일자리를 뺏고, 수입을 줄이고 업무는 가중시키는 이중삼중고를 안길 게 명백하다. 방송작가유니온에 따르면 외주사뿐 아니라 본사 및 지역방송사도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비상경영이라는 명목으로 이를 작가나 제작스텝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어 피해가 심각한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그램 통폐합, 제작비 삭감 등은 프로그램에 고용되어 일하고, 제작비로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종사자에겐 곧 해고 혹은 기약 없는 무급 휴가에 다름 아니다.

 

이번 KBS의 비상경영은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을인 외주제작사와 그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파렴치한 행위이자 을의 일자리를 빼앗아 정규직 밥그릇 먼저 챙기는 이기적인 행태에 불과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방송사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서라!

 

이와 같은 일방적인 조치가 <외주제작거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지 불과 몇 달 만에 취해졌다는 점에서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이드라인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작년부터 방송사 및 외주제작사 등이 수많은 협의를 통해 겨우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협의를 일방적으로 무참히 깨뜨리고도 과연 공영 방송사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인가? 방송사의 이러한 행태에 대하여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직권조사 등에 나서야 한다.

 

프로그램 축소, 폐지가 아닌 혁신적인 크레이티브 전략에서 해법 찾아야

 

KBS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상파 TV가 유튜브, 넷플릿스 같은 뉴미디어에 밀린 지도 오래됐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대부분 근시안적인 접근에 머물러왔다. 뉴미디어와의 경쟁, 제작비 축소에서 답을 찾는다면 그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 될 것이다.

 

똑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부 종편사와 케이블TV가 혁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난을 이유로 시사교양프로그램과 외주제작비를 축소하고, 재방송으로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지상파 TV의 경영진들은 미국의 드라마 채널 HBO와 영국 BBC의 선택에도 주목하길 권한다.

 

넷플릭스의 거침없는 공세에도 승승장구 중인 HBO는 일찍이 집중과 선택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제작비를 6, R&B 비용은 2배 이상 올렸으며, 작가와 피디에게 무한의 자유를 주었다. 그 결과는 다른 방송과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문법의 콘텐츠들이었다.

 

BBC는 제작비 절감에 가장 효과적인 다큐멘터리와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축소, 폐지하는 대신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프라임 시간대에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은 다큐멘터리를 고정 편성하고, 38년간 인기를 끌다가 폐지되었던 과학프로그램도 다시 되살렸으며, 혁신적인 촬영기법을 사용한 환경과학프로그램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B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르네상스는 동시대의 고민에 해법을 제시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해주는 게 거대 자본과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TV의 역할이라는 BBC 경영진의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선 부러울 수밖에 없는 같은 위기 다른 대응’, KBS의 적자 수렁 위기는 제작비 절감이나 구조조정이 아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크리에이티브 전략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방송의 공적기능 유지의 마지막 파트너가 외주제작사들이라는 사실 또한 잊어선 안 될 것이다.  --